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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8-07 오전 4:13:44 입력 뉴스 > 독자투고

[기고] 시인/수필가 김병연
탈(脫)원전 정책 재고를



탈원전 정책은 최소한 국민들에게 아래와 같은 정보는 제공한 후 결정하여야 할 것이다.

 

첫째, 실무 경험이 있는 원자력 안전 분야 전문가로 하여금 원전의 안전성 여부에 대하여 충분히 설명할 기회를 제공하여야 한다. 일반 국민이 원전을 반대하는 주된 이유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와 경주 지진을 목격한 후 갖는 원전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우리 원전은 규모 6.5 내지 7까지 견딜 수 있는 내진 설계가 되어 있다. 규모 6.5 이상의 지진이 원전이 위치한 바로 그 장소에서 발생할 가능성은 몇백만분의 일도 되지 않을 것이나, 발생한다 하더라도 원자로가 자동 정지되어 원자로의 폭발을 방지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더구나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지진이 아니라 쓰나미에 의한 것이며, 해변에 방벽만 설치되어 있었더라면 충분히 예방할 수 있었던 사고였다.

 

둘째, 탈원전 정책 시행 시 전기요금 인상은 불가피하고 신재생에너지 연구개발에 엄청난 재원이 소요되는데, 정책 결정에 앞서 국민들이 이를 수용할 것인지 물어보아야 할 것이다.

 

탈원전의 대표적 국가인 독일의 경우, 신재생에너지 연구개발에 10년 동안 200조원의 예산을 쏟아 부었으며, 가정용 전기요금은 78% 인상되어 유럽에서도 가장 비싼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

 

게다가 독일은 이웃 국가로부터 부족한 전기를 수입하여 사용하는 데 반하여, 우리나라는 수입할 이웃 나라도 없다. 이탈리아는 탈원전을 하여 프랑스가 원자력 발전으로 생산한 전기를 수입해서 사용하고 있는데 호텔에서도 불빛이 밝지 못하다.

 

셋째, 그동안 축적한 원전 기술과 전문 인력 손실 및 원전 산업과 관련된 일자리 상실 문제이다. 우리나라는 미국 웨스팅하우스의 기술로 1977년 고리 1호기를 건설한 후 원전 기술 자립을 위한 우리 과학자와 엔지니어들의 피눈물 나는 노력의 결과 한국표준형 원전인 OPR1000을 개발하였으며, 2001년에는 더욱 진화된 노형인 APR1400의 표준설계 인가를 획득하고, 2009년에는 이를 아랍에미리트(UAE)에 수출하는 데 성공하였다.

 

UAE 원전 4기 수주로 얻을 수출액(건설 비용 및 60년간 운전 비용)이 무려 400억달러(450조원)에 달함을 감안할 때, 세계 45위권에 이르는 원전 관련 노하우를 포기하는 데 따르는 기회비용은 천문학적 수치에 달할 것이다. 또한 원전 포기는 국내 원자력 산업계의 고급 일자리 10만 개 이상을 상실케 할 것이라는 것이 원자력전문가들의 견해이다.

 

친환경 에너지원으로서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확충해 나가겠다는 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신재생에너지는 아직까지는 기술 수준이 화석연료나 원자력 같은 주 에너지원을 보충할 수준이지, 이를 대체할 수준은 아니다.

 

한때 탈원전 정책을 추진하였던 미국, 영국이나 후쿠시마 사고 이후 원전 가동을 중단하였던 일본이 왜 다시 원전으로 회귀하는지 면밀히 따져본 후 탈원전 여부를 결정하여야 할 것이다.

 

경부고속도로는 여론을 따랐다면 건설되지 못했을 것이다. 자동차가 별로 없던 당시 많은 국민은 고속도로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맥아더 장군은 미합동참모본부와 해군·해병대 측은 물론 그의 보좌관도 반대하는 인천상륙작전을 감행했다. 인천의 자연적 조건이 대규모 상륙작전을 하기에는 부적합한 곳이라는 이유 때문이었다. 맥아더 장군은 바로 그 이유 때문에 적도 어렵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판단해 인천상륙작전을 감행하였다.

 

애플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는 소비자를 대상으로 시장조사를 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 이유로 든 것은 소비자는 새롭고 혁신적인 제품을 보여줄 때까지 그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소비자를 무시한 게 아니라 소비자의 요구에 한계가 있다는 걸 말한 것이다.

 

()원전은 에너지 수급 등 경제와 산업, 국민생활에 미치는 영향에 눈감고 감성적으로 접근하면 그럴듯한 주장이다. 하지만 현재 원전만큼 효율성을 내는 에너지는 없다. 한국은 전체전력의 30%를 원전이 차지하고 있고 에너지 부족 국가이다.

 

대체에너지 개발에는 한계가 있고 태양광과 풍력 대체는 환상에 불과하다. 탈원전은 전기료 급등을 불러올 것은 뻔한 일이지만 더욱 심각한 것은 전력난이 몰고 올 산업과 생활전반에 미칠 파장, 다시 말해 국가적 재앙이다.

 

특히 일반 국민이야 불편하더라도 전기를 덜 쓰면 되겠지만, 전기료가 비싸면 원가 상승으로 수출이 되지 않을 것이고 그렇게 되면 많은 공장이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수많은 국민이 일자리를 잃게 될 것이다.

 

원전은 곧 국가안보와 직결된다. 후쿠시마 사고를 겪은 일본은 전기료가 뛰자 원전의 재가동을 추진했다. 원자력 발전은 세계적으로 확대되는 추세이다.

 

한국은 원전기술 거의 전부를 국산화했고 세계 최고의 안전도와 기술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더욱이 원전수출 강국인 우리가 탈원전 국가가 된다면 원전수출을 할 명분을 잃는다. 세계 원전시장 규모는 600조원에 이른다. 원전 운영까지 포함하면 원전 시장규모는 엄청나다. 이런 걸 외면하는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고 어쩌자는 것인가.

 

탈원전 국가인 독일은 1986년 체르노빌 원전 사고 이후 논의를 시작했다. 1998년 들어선 사민당·녹색당 연립 정권은 탈원전 정책에 합의했지만 2009년 독일 총선에서 보수 정당이 승리한 뒤 탈원전 정책 폐지를 추진했고, 2010년 기존 원전 운영 기간을 8~14년 연장했다.

 

그러나 이듬해 후쿠시마 사고로 반핵 여론이 커지자 지방선거에서 패한 메르켈 정부는 원전 정책 전환을 선언했다. 그해 4월 종교계와 재계, 시민단체 등 각계 인사 17명으로 이뤄진 안전한 에너지 공급을 위한 윤리위원회가 출범, 8주간 활동했다.

 

핵과 에너지를 전공한 전문가 30명도가 TV 토론회 패널로 참석했다. 메르켈 정부가 이를 받아들였지만 최종적으로는 의회가 관련법을 개정, 결론을 내렸다.

 

스위스는 1984년부터 탈원전 관련 국민투표를 다섯 차례나 실시한 끝에 33년 만인 20175월 국민투표로 원전 퇴출을 결정했다. 전기료 부담 상승과 에너지 안보 등을 이유로 원전을 유지하자는 의견이 더 많았지만, 후쿠시마 사고 이후 2016년 의회가 탈원전을 추진하는 에너지 전략 2050을 통과시켰고, 20175월 국민투표에서 58%가 찬성했다.

 

독일과 스위스 등은 탈원전을 결정하는데 수십 년이 걸렸다. 그것을 우리는 단 몇 개월 만에 하는 우()를 범하고 있다. 졸속으로 결정할 일이 결코 아니다.

 

우리나라는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이다. 정상적으로 수출을 하려면 밤낮없이 물건을 만들어내야 하는데, 에너지 공급이 불안정하거나 전기료가 오르면 난감하기 짝이 없다. 잘못된 에너지 정책이 자칫 우리나라 산업 전체를 무너뜨릴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국민적 합의가 이뤄졌다면 또 모르겠다. 그렇지 않은 상태에서 갑작스럽게 에너지 정책의 큰 줄기를 바꿔버리는 것은 상식에도 맞지 않는다. 에너지기본계획은 안정적인 에너지 수급을 목표로 여러 분야의 최고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고 오랜 시간 고민한 끝에 나오는 것이지, 환경론자들의 말 몇 마디로 하루아침에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산업적인 부분은 물론이고 우리나라의 환경과 기후, 기상조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안전하고 합리적인 조합을 찾아내는 것이 에너지 정책의 기본 절차이다.

 

지금도 절반 이상의 국민이 여름에 에어컨을 맘대로 틀지 못하는데, 탈원전으로 전기 요금이 인상되면 대부분의 국민에게 에어컨은 그림의 떡이 될 수밖에 없다.

 

독일과 스위스가 우리나라만 못해서 탈원전을 결정하는데 십여 년이 걸렸겠는가. 석유매장량 세계 최고를 자랑하는 미국이 왜 원자력 발전을 하는지도 따져 봐야 한다.

 

탈원전 정책은 반드시 재고해야 된다. 그렇지 않을 경우 다음 정부와 국민의 엄청난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시인/수필가 김병연

 

김병연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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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종두 기자(ginew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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