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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6-29 오전 10:44:23 입력 뉴스 > 칼럼&사설

[칼럼] 시인/수필가 김병연
분노조절장애



분노조절장애, 뉴스에서 심심찮게 듣는 병명이다. 주요 증상으로는 충동 조절이 어렵고 조절할 수 없는 충동감이다. 우선은 전문적인 병명보다는 분노라는 감정에 시선을 두게 된다.

 

분노는 말과 행동이 돌발적으로 격렬하게 표현되는 본능적인 감정이다. 기쁨, 슬픔 같은 단순하고 일반적인 감정과는 조금 분리되는 극한 감정이다. 가슴속에 과도하게 쌓여 있던 화가 어떤 계기로 인해 잠재돼 있다가 밖으로 과격하게 표출되는 현상이다.

 

특히 성장 과정에서 정신적 외상이 있을 경우 분노 조절이 더 안 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살다 보면 나 자신은 물론 타인 또는 어떤 상황으로 인해 공격을 받고 마음의 안정감을 잃을 때가 있다. 요즘처럼 혼돈의 혼돈이 격랑 하는 시대에 더욱 빈번하게 일어나는 감정일 것이다.

 

하루가 멀다 하고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는 시대다. 때론 사람으로선 상상도 할 수 없는 일들이 자행됨으로써 우리를 경악하게 만든다. 일례로 도로에서 앞을 가로막았다는 이유로 공포의 추격전을 벌이고 야구방망이를 휘두른다. 길을 건너다 무심결에 어깨 한번 부딪혔다고 무차별 폭행을 한다. 층간소음으로 살인까지 한다.

 

물론 이 세 이유는 직접적인 동기라도 된다지만, 다른 데서 받은 북받치는 감정으로 애먼 사람들이 무작정 날벼락 린치를 당하고 목숨까지 잃는다. 아파트 외벽 칠을 하는 사람의 핸드폰 소음이 시끄럽다는 이유로 줄을 잘라 목숨을 잃게 한 사건은 그야말로 극단적인 분노의 어이없는 결과였다.

 

이제 나하고 연관성이 없는 상황에서도 범죄의 대상이 된다. 한 사람의 감정 기복에 의해 불특정 다수의 희생이 빈번하게 일어난다. 막연히 세상 탓이라고 하기는 메말라가는 인간 본성의 문제인 듯해서 두렵다. 특별하게 내 잘못이 없다는 것이 타인의 공격으로부터 비켜날 이유가 되지 않는 세상이다.

 

분노는 표현하는 방식에 따라 드러내거나, 품는 방식을 사용하는데 두 가지가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병적으로 표출될 때 '분노조절장애'라고 진단한다고 한다. 이전에는 지나친 분노의 억압으로 인한 울화병이 많았지만 지금은 지나친 분노의 폭발로 인해 문제가 많아지고 있으니 삶이란 이래저래 고통임을 새삼 느끼게 된다.

 

분노조절장애는 충동적 분노 폭발형과 습관적 분노 폭발형으로 크게 두 가지 양상이 있다고 한다. 충동적 분노조절장애는 도저히 화를 참을 수 없어 분노가 폭발하는 것으로 그런 사람들을 흔히 다혈질이라고 한다.

 

습관적 분노 조절장애는 어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분노 표현 자체가 효과적이라는 것을 학습한 사람들로, 목소리가 크면 이긴다는 식의 경험을 통해 시간이 갈수록 분노 표출 빈도가 커지는 경우다. 의사들은 그럴 경우 감정 조절을 위한 약물을 복용하거나 분노조절 훈련을 통해 정서적 안정을 찾도록 해야 한다고 한다.

 

품어서 문제이고, 드러내서 문제이니 진짜 해결책은 무엇일까. 정신과 의사들은 어떤 식으로든 참지 말라고 조언한다. 여기서 참지 말라는 것은 자신의 감정을 밖으로 드러내서 진정시키는 방법을 강구하라는 뜻이지 어떤 공격성으로 다른 무엇에게 해를 끼치라는 말은 아닐 것이다.

 

분노 유발 조건이 산재한 세상, 왜 이렇게 참을 수 없는 일들이 많은가. 물론 사람의 마음이 순전히 마음먹는다고 조절 가능한 것은 아니다. 물리적이고 심리적인 도움도 필요하고 내 마음의 수련도 필요하다. 안에서 또 다른 불균형이 도래할지라도 나의 마음을 추스르는 조절은 해야 한다.

 

그렇다면 자주 솟구치는 분노를 잠재우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어떤 것이 있을까. 바로 느림이 아닌가 싶다. 조금 천천히 생각하고 천천히 표현하고 행동하는 템포 조절이 가장 최선책이 아닌가 싶다.

 

예전 우리 조상들은 참는 것이 미덕이라고 했다. ‘참을 인자 세 번이면 살인도 면한다고 했고 며느리에게는 벙어리 삼 년, 귀머거리 삼 년을 주입시켰다. 어쩌면 지금 그런 노력이 필요한 때인지도 모르겠다. 조금씩 참고 호흡을 고르는 것, 이 시대에 정말 필요한 덕목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시인/수필가 김병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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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종두 기자(ginew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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