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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5-28 오전 7:43:03 입력 뉴스 > 독자투고

[기고] 시인/수필가 김병연
말(言)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다." 말의 중요성과 의미를 함축하는 것으로 이만하게 다가오는 것이 또 있을까.

 

여기에서 언급할 말을 잘한다.는 의미는 단순하게 판단할 수는 없다. 귀를 홀리게, 번지르르하게 달콤한 말을 잘하는 것과 분명한 내 의사 전달과 서로 간의 좋은 소통의 의미로 잘하는 말은 구분해야 한다.

 

커뮤니케이션이 인생의 성공과 실패를 가름한다는 말이 나올 만큼 다수의 사람과 또한 다양한 매체와 소통을 하는 세상이다. 말은 적당한 단어의 나열과 배열, 적절한 자리가 곧 좋은 말의 기본이 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부터 조금은 첨예한, 말을 잘한다는 의미가 자리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흔히 말은 곧 그 사람이 입은 옷이나 마찬가지라고 한다. 많은 이들이 때와 장소, 만나는 사람에 따라 입는 옷에 신경을 쓰듯, 대화를 통해서 상대방의 인격과 사고(思考)의 깊이를 가늠할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그 사람의 말은 마음의 옷이라고 할 수 있다. 사용하는 단어와 어투, 전달하는 방식은 그 사람의 인격이나 품위라고 바꾸어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말 한마디의 위대함과 말 한마디의 무서움은 따로 예를 들지 않아도 살면서 누누이 경험하는 일이다. 말 한마디로 인생에 큰 선물을 받기도 하고, 말 한마디로 인생을 망칠 수도 있는 것, 인간관계에서 말 한마디의 무게가 얼마나 값어치 있는지를 거듭 강조해도 과함이 없을 것이다.

 

유명인 중에도 설화(舌禍)로 인해 하루아침에 설 자리를 잃으며 비난을 받는 일이 얼마나 많은가. 특히나 대중매체가 다양해짐에 따라 말의 위력이나 가치는 더욱 그 의미와 역할이 커지고 있다. 무심히 했던 경솔한 말 한마디로 정신적인 상처는 물론 육체적 상해와 재산상의 손실로까지 번지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미사여구로 점철된 유창한 표현보다 내 마음의 진실을 담아 다른 사람에게 건네는 말이 훨씬 믿음이 가고 따뜻했던 기억들이 있지 않은가. 그래서 예부터 어른들은 말조심, 때론 입조심, 삼사일언(三思一言)이란 말로 내뱉는 말의 신중함을 강조했을 것이다.

 

말은 극명하게 한 사람의 성격이나 성향을 대신한다. 어떤 사람은 뒤끝이 없다는 이유로 말의 린치를 가하며 상대방에게 막무가내식 압력을 가한다. 또 어떤 사람은 자신의 직설적 성격을 상대방에게 하는 독설의 이유로 대신한다.

 

상대방 마음을 헤아리지 않는 날카로운 말의 매질, 차라리 물리적으로 몇 대 맞는 것이 나을 때가 있을 정도로 말의 매는 가혹하고 오래오래 마음을 아프게 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왜 굳이 그런 말을 하는 것일까. 아무런 이익도 없는데?”, “왜 저런 쓸데없는 말을 하는 걸까. 본인의 인상만 나빠진다는 것도 모르고.” 종종 주변으로부터 이런 평가를 받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반대로 남의 말을 잘 이해하고 오히려 다독이며 위안을 주는 사람도 있다. 정말 말은 마음의 옷이라고 하니, 옷을 잘못 입는 사람과 잘 입는 사람의 차이라고 하겠다.

 

말을 잘하기 위해서는 우선 상대방의 이야기를 들어줄 줄 알아야 한다. 듣는다는 토대가 갖춰져야 비로소 좋은 말을 살릴 수 있다. 자신의 말을 들어주지 않는 사람의 말은 누구나 듣고 싶어 하지 않을 것이다.

 

말을 하는데 2년의 세월이 걸린다면 말을 경청하는 데는 60년의 세월이 필요하다고 한다. 그만큼 말하기보다 듣는 것이 어렵다는 이야기다.

 

흰 구슬에 묻은 티는 닦아 낼 수 있지만 말의 흠은 떼어낼 수 없다는 말이 있다. 또한 말은 행동보다 몇 걸음 뒤에 있어야한다. 그러다 보면 좋은 대화의 경지까지 갈 수 있을 것이다.

 

좋은 대화는 일상에 활력을 불어 넣으며 또한 진실한 우정도 자리할 수 있고 화목한 가정의 밑거름도 된다.

 

주위에 내 말을 잘 들어주는 사람이 한 명 있다면 얼마나 든든하고 위안이 될까. 어차피 소통의 기본은 말인데 서로 간에 말로 온전하게 공감하고 마음까지 나눌 수 있다면 갈등의 씨앗은 애초부터 싹트지 않을 것이다.

 

눈이 마음의 창이라면 말은 영혼의 집이라고 할 수 있다. 말에서 보이지 않는 영혼을 보게 된다. 마음이 아름다운 사람은 비단같이 고운 말을 할 테고, 샘물같이 투명한 영혼을 가진 사람의 말을 듣는 건 은어의 유영을 보는 것처럼 기분 좋은 일일 것이다.

 

그러나 마음이 얼음처럼 차가운 사람이라면 말에도 찬바람이 일고 오뉴월에 듣는다 해도 듣는 이의 가슴엔 하얀 서리가 내리지 않을까.

 

자신이 믿는 바를 주저 없이 말하는 사람은 감동적이다. 그의 영혼은 수정같이 빛나며 다이아몬드처럼 단단할 것이다.

 

정의와 홀로 싸우는 자의 외로움을 짐작이나 하겠는가. 자신을 부정하는 말 한마디면 살려주겠다는 말에 그들은 지조 없는 말 대신 목숨을 내놓지 않았던가. 시간은 그들에게 의인의 면류관을 씌워 역사를 빛나게 만들었음은 당연한 일이다.

 

내 앞가림에 급급해 마땅히 해야 할 말도 하지 못하는 나 같은 소인이야 그들 앞에 무슨 말을 하겠는가. 유구무언이다.

말보다 침묵이 좋을 때가 있다.

 

그러나 침묵을 대화로 나눌 수 있는 관계가 어디 그리 흔한가. 함께 산 세월이 삼십 년은 넘어 육감만으로도 서로를 알 수 있는 부부나 눈빛만으로 통할 수 있는 애틋한 연인이 그럴 것이다.

 

기왕에 말을 한다면 나직하게 안개처럼 말하고 싶다. 산골 계곡 물 같은 소리로 말하고 싶고 소나기 지나간 여름 들판 같은 말을 듣고 싶다.

 

말 한마디에 영혼을 베이는 것이 사람이다. 학창시절 선생님이 들려준 말이거나 위인들의 명언으로 진리에 진리를 더한 말이 그 말이다. 그 말 한마디 가슴에 품고 노력한 결과 과학자가 되고 예술가가 되고 대통령이 되기도 했다고 사람들은 고백한다.

 

원수를 사랑하라는 예수님의 말은 세계인의 가슴을 울리고 있다.

말은 신중하고 조심해야 한다.

 

시인/수필가 김병연

 

김병연 사진

안종두 기자(ginew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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